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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기억법』 - 김영하 작가의 기억 속 진실과 죄의식 탐구

by forest-pixie 2025.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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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작가의 살인자의 기억법 책 사진

1. 작품 소개

『살인자의 기억법』은 김영하 작가가 2013년에 발표한 소설로, 기억을 잃어가는 연쇄살인범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독특한 심리 스릴러 작품이다. 김영하 작가는 인간의 내면, 특히 죄책감과 도덕성, 그리고 기억의 불완전함을 파헤치며 독자들에게 강렬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이 소설은 치매에 걸린 은퇴한 연쇄살인범이 새로운 연쇄살인범의 존재를 의심하고, 딸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과정을 그린다. 기존의 범죄 소설이 범인을 추적하는 형사나 기자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것과 달리, 『살인자의 기억법』은 살인자의 시점에서 진행된다. 더 흥미로운 점은, 이 살인자가 기억을 잃어가는 치매 환자라는 설정이다.

김영하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기억이 사라지면 인간의 정체성은 무엇으로 남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범죄자이지만 동시에 누군가의 아버지이고, 기억을 잃어가는 한 인간으로서의 주인공을 통해 독자는 도덕적 혼란과 감정적 동요를 경험하게 된다.

2. 줄거리

주인공 김병수는 과거에 연쇄살인을 저지른 은퇴한 살인자다. 그는 이제 70대 노인으로, 알츠하이머에 걸려 점차 자신의 기억을 잃어가고 있다. 젊은 시절 "완벽한 살인"을 추구했던 그는 오랜 시간 조용히 살아왔지만, 병이 진행되면서 기억이 엉망이 되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 김병수는 딸 은희와 함께 살고 있던 마을에 낯선 남자 민태주가 나타난 것을 보고 직감한다. "저 남자는 나와 같은 부류의 인간이다. 저 남자도 살인자다."

김병수는 자신의 직감과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민태주를 감시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문제는 자신의 기억이 점점 지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방금 본 일도 금세 잊어버리고,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상황이 뒤섞이며 현실 인식이 흐려진다.

그는 민태주가 딸 은희를 노리고 있다고 확신하지만, 정작 자신이 본 것이 진짜인지, 아니면 치매로 인한 망상인지 구분할 수 없다. 김병수는 기억이 지워지기 전에 반드시 민태주를 막아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힌다.

이 과정에서 독자는 김병수의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불안정한 서술을 따라가며 혼란에 빠진다. 그는 자신이 기억하는 과거의 살인들을 회상하지만, 과연 그것이 진실인지도 확신할 수 없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김병수 자신조차 "내가 정말 은희의 아버지가 맞는가?"라는 의문을 품게 되는 순간이다.

결국 김병수는 민태주와 마지막 대결을 벌이지만, 그 순간조차도 현실과 환각이 뒤섞인다. 독자는 끝까지 진실을 알 수 없는 상태로 남겨진다.

3. 작품의 포인트

① 살인자의 시점으로 본 도덕성과 인간성

기존의 범죄 소설이 정의로운 인물이 범인을 추적하는 구조였다면, 『살인자의 기억법』은 그 시선을 완전히 뒤집는다. 우리는 살인자의 시점에서 그의 과거와 현재를 함께 경험하고, 심지어 그의 입장에서 공감하게 된다. 김병수는 분명히 과거에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지만, 딸을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모습에서는 인간적인 애정을 느끼게 된다.

② 기억의 불확실성과 신뢰할 수 없는 화자

김영하 작가는 치밀한 서술 기법을 통해 김병수의 기억이 어떻게 무너져가는지를 보여준다. 독자는 김병수가 보는 대로 사건을 따라가지만, 그의 기억이 뒤엉키고 왜곡되면서 점점 더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기 어려워진다.

③ 선과 악의 경계에 대한 질문

김병수는 분명히 과거에 살인을 저질렀고, "악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딸을 지키기 위해 싸운다. 반면 민태주는 겉으로는 친절하고 평범한 남자로 보이지만, 김병수의 시각에서는 분명히 살인자다.

④ 인간의 정체성과 기억의 의미

기억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핵심 요소다. 김병수는 자신의 기억이 사라지면서 정체성을 잃어간다. "내가 누군지"조차 확신할 수 없는 상태에서, 그는 끝까지 자신의 존재 이유를 붙잡으려 한다.

4. 작품을 읽고 느낀 점

『살인자의 기억법』은 단순한 스릴러 소설이 아니었다. 오히려 인간의 정체성과 기억, 도덕성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든 작품이었다.

특히 김병수의 내면 독백과 불안정한 서술은 독자마저 혼란에 빠지게 만들었다. 기억이 엉망이 된 상태에서조차 끝까지 딸을 지키려는 그의 모습은, 비록 살인자였을지언정 인간적인 감정을 자극했다.

5. 마무리

『살인자의 기억법』은 스릴러 장르의 외형을 하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인간의 기억과 정체성, 도덕성에 대한 철학적 탐구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김영하 작가는 독자들이 끝까지 진실을 의심하게 만들며, "기억을 잃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악인은 끝까지 악인일까, 아니면 그 안에도 인간적인 면모가 남아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읽고 나면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 강렬하고도 섬세한 심리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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