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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과학과 인간의 믿음,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가 던지는 질문

by forest-pixie 2025.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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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루 밀러 작가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책표지

 

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과학적 사실과 인간의 믿음이 충돌하는 지점을 탐구하는 책이다. 저자는 분류학자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연구를 조명하며, 우리가 구축한 질서가 실제로 얼마나 허약한지 보여준다. 이 책은 과학적 사실이 항상 변할 수 있음을 시사하며, 우리가 믿어왔던 진실이 틀릴 수도 있음을 강조한다. 과학적 분류 체계의 한계를 탐구하고,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이 책을 통해, 우리는 현대 과학과 인간의 믿음이 어떻게 교차하는지 살펴보자.

과학적 분류 체계의 허상과 한계

과학은 세상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도구이며, 우리는 과학을 통해 세계를 분류하고 질서를 부여해 왔다. 생물학에서는 리네의 분류법을 비롯해 다양한 체계를 통해 생명체를 정리해 왔으며, 이는 우리가 자연을 이해하는 기본 틀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룰루 밀러는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에서 이러한 분류 체계가 절대적인 진리가 아니라 인간이 만든 편의적 구성물일 뿐임을 강조한다.

책의 중심에 있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19세기 말 생물학자로, 다양한 해양 생물을 연구하며 물고기를 분류하는 데 평생을 바쳤다. 하지만 그의 연구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현대 생물학에 따르면, ‘물고기’라는 개념은 엄밀한 과학적 기준에서 볼 때 존재하지 않는 분류다. 왜냐하면 우리가 물고기라고 부르는 생물들은 공통 조상을 공유하는 하나의 단일 그룹이 아니라, 다양한 분류군으로 나뉘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상어와 연골어류는 경골어류와 유전적으로 큰 차이가 있으며, 일부 물고기는 양서류나 파충류와 더 가까운 친척 관계를 맺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우리가 과거부터 사용해온 분류 체계가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준다. 인간은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개념적 틀을 만들고, 이를 절대적인 진실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과학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으며, 기존의 분류와 개념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수정되거나 폐기될 수 있다. 결국, 과학적 분류 체계란 인간의 사고방식을 반영하는 것이지, 자연 그 자체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밀러는 강조한다.

인간의 믿음과 과학적 사실의 충돌

인간은 불확실성을 싫어한다. 그래서 우리는 질서를 부여하고 의미를 찾으려 한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도 자신의 연구를 통해 세계를 이해하려 했지만, 그는 자신의 믿음이 과학적 사실보다 우선한다고 생각하는 오류를 범했다. 밀러는 조던의 생애를 통해, 우리가 신념과 사실을 혼동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여준다.

조던은 과학자로서 분류학을 발전시키는 데 기여했지만, 동시에 유전학과 생물학을 잘못 해석하여 우생학(eugenics)이라는 위험한 사상을 옹호하기도 했다. 그는 인류의 유전적 우월성을 강조하며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이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잘못된 신념이었다. 결국, 그의 신념은 과학적 사실과 충돌하며 윤리적으로도 큰 문제를 초래했다.

이 사례는 과학과 인간의 믿음이 어떻게 충돌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과학은 사실을 기반으로 발전해야 하지만, 때때로 인간의 신념과 편견이 개입하면서 과학적 탐구가 왜곡될 수 있다. 역사적으로 많은 과학자들이 기존의 신념에 반하는 연구 결과를 받아들이기를 거부했고, 때로는 사회적, 정치적 이유로 과학이 왜곡되기도 했다.

현대 사회에서도 우리는 이러한 문제를 경험하고 있다. 백신 음모론, 기후 변화 부정론, 유사 과학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는 과학적 사실보다 자신의 믿음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때때로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러한 문제를 지적하며, 우리는 항상 과학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기존의 신념을 의심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혼돈 속에서 질서를 찾는 인간의 여정

룰루 밀러는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에서 과학적 탐구뿐만 아니라, 인간이 삶에서 질서를 찾으려는 근본적인 욕구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밀러 자신도 혼란스러운 인생을 살며 의미를 찾으려 했고, 조던의 연구와 생애를 통해 이를 탐구한다.

우리 모두는 혼돈 속에서 의미를 찾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이 책은 의미란 우리가 만들어내는 것이며, 때로는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관점을 받아들이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조던이 자신의 분류 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애썼지만 결국 실패했듯이, 우리는 종종 기존의 신념을 지키려다 변화하는 세상을 이해하는 기회를 놓치곤 한다.

과학도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확실하다고 믿었던 많은 개념들이 지금은 수정되거나 폐기되었다. 예를 들어, 뉴턴의 고전역학은 완전한 이론으로 여겨졌지만,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등장하면서 한계를 갖고 있음이 밝혀졌다. 생물학에서도 다윈의 진화론은 기본적인 개념을 제공했지만, 현대 유전학과 분자생물학의 발전으로 인해 보다 정교한 이론이 필요하게 되었다.

결국, 이 책은 우리가 기존의 틀을 고수하는 것보다 변화와 혼돈을 받아들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우리가 과학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끝이 없으며, 기존의 틀이 무너질 때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음을 강조한다.

결론: 우리는 무엇을 믿어야 하는가?

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과학이 절대적인 진실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하는 과정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과학적 분류 체계는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만든 도구일 뿐이며, 때로는 시간이 지나면서 수정되거나 사라지기도 한다. 또한, 인간의 믿음과 과학적 사실이 충돌할 때, 우리는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기존의 신념을 재검토해야 한다.

이 책은 단순히 생물학적 분류 체계의 오류를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삶에서 질서를 찾고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을 탐구하는 철학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우리는 불확실성을 두려워하지만, 때로는 기존의 믿음을 버리고 새로운 시각을 받아들이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결국,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과학뿐만 아니라,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자체를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드는 책이다. 우리는 무엇을 믿어야 하는가? 그리고 우리는 세상을 얼마나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가? 이 책은 이러한 질문을 던지며, 독자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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